드디어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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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술.

2024년 8월 4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대전 충남대병원에서 로봇 복강경으로 난소 제거 수술을 받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마음이 잔잔하면서도 묘하게 불안했다. 수술 대기실에서 동의서를 작성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올라왔지만,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다.

 

곧 누운 채로 수술실로 이동했다. 복도 천장만 보이는 시야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흘러가는 하얀 조명과 기계음이 섞여 멀미가 일었고, 약간의 어지러움이 더해져 긴장감이 높아졌다. 하얀 불빛들이 흐릿하게 번져 보이면서 정신이 몽롱해졌는데, 순간 ‘이게 선망 증상이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수술실 문이 열리자, 눈앞에 강렬하게 내리꽂히는 백색 조명이 나를 압도했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마취과 의사들이 내 이름을 반복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졌는데, 그 순간은 마치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었다. 극도의 긴장감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런데 수술 침대로 옮겨지는 순간, 의외로 그 침대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잠시지만, 그 포근함이 두려움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마취 약이 투여되고,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회복실에 있었다. 전신마취의 잔여 효과로 머리는 무겁고, 몸은 낯선 통증에 휩싸여 있었다. 복부가 뻐근하고, 약간의 미식거림과 어지러움이 이어졌다. 간호사들은 부드럽게 말을 건네며 상태를 확인했고, 그 안내를 따라 호흡을 가다듬었다. 조금씩 몸이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회복실 문을 나서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한 사람은 남편이었다. 그의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는 순간, 반가움과 안도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보호자를 찾는 의료진에게 그가 “네, 여기 있습니다”라고 답하는 목소리는 마치 나를 안전하게 감싸는 울타리 같았다. 병실로 이동하는 동안, 남편이 함께 침대를 밀어주는 그 존재감이 살아있음의 확실한 증거처럼 느껴졌다.

 

의사는 이 수술이 비교적 간단한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내게는 생애 첫 수술이자 첫 입원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컸다. 수술 직후에는 통증이 너무 커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 병실 침대에 도착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풀렸다. 간호사는 출혈이 적고 수술 부위도 깔끔하게 잘 됐다고 전해줬다. 다만, 집도 교수님을 다음 날 회진 때나 뵐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수술 부위는 배꼽과 오른쪽 복부에 난 두 개의 작은 구멍이었다. 상처 부위가 욱신거렸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아무것도 마실 수 없는 목마름이었다. 물 한 모금이 이렇게 간절한 순간은 처음이었다.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그 답답함은 참기 어려웠지만, 이 또한 회복 과정의 일부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렇게 수술 당일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흘러갔다. 하루가 끝날 무렵,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나는 오늘, 살았다.”